나 온라인바둑이 이번에 기가 막힌 사업아이템이 떠올랐어혼자서 6박7일의 일본 다테야마의 구로베 알펜루트 트레킹을 다녀온 뒤였다. 혼자 여행은 결혼 이후로 이번이 두번째다.안돼. 뭘 하려고 생각했든 하지마즉시 답변이 돌아온다. 찌뿌린 미간과 함께. 역시 예상했던 대로 강력하다.당신은 참 일관성이 있어. 당신은 정말 하지마히메야,하지마히메? 그게 뭔데난 뭐든지 하자는 하자사마, 당신은 절대 뭐든지 하지말라는 하지마히메.천천히 들어봐봐. 이번엔 너무 좋은 생각이라 내가 잊어버릴까봐 여행하면서도 계속 기록했단 말이야안돼. 지난번에 히말라야 트레킹 다녀온 다음에도 온라인으로 여행사를 차리겠다고 한동안 난리였잖아.그러지마. 여행중에, 흥분된 상태에서 그렇게 즉흥적으로 떠오른 온라인바둑이 생각은 안된다니까.그땐 내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충동적이었고, 이번엔 완전 달라다르긴 뭐가 달라카슈미르가 부릅니다. 마니달라.애교스런 표정과 함께 빠르게 멜론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해서 KSHMR의 Mandala를 재생한다.마니달라~ 마니달라~ 빰빰 빰빰빠빠 빰빰 빰빠빠빠. 경쾌하다.헛웃음이 돌아온다. 됐어 이정도면 성공이다. 일단 얘기는 들어주겠군.이번엔 완전 달라. 일단 이번엔 투자금액이 들어가는 게 거의 없어. 내 시간과 노력만 들어가. 봐봐 내가 노트에다가 이렇게 다 정리했어그래서 아이템이 뭔데그게... 음 일종의 바둑인데. 쉽게 얘기하면, 바둑이 열아홉줄 곱하기 열아홉줄해서 361칸이거든, 여기서 한칸을 빼는거야. 그럼 360칸이 되지. 숫자도 좋아 온라인바둑이 삼백육십.이렇게 360칸 바둑판을 만들자면, 일단 한칸을 빼는 방법이 55가지가 있어. 즉 55배 다양해 지는거야. 그리고 바둑도 훨씬 복잡해지고 다양해져한칸 뺀다고 그렇게 다양해 진다고? 왜? 이해가 안되는데. 그래서 사업은 어떻게 하겠다는건데일단은 한칸을 어떻게 빼는거냐가 중요한데 간단해. 기존에 사용하던 장비를 바꿀 필요가 하나도 없어. 바둑판, 바둑알 모두 그대로 쓰면되.스티커를 붙이는거야. 바둑판 모양의 스티커. 그리고 그 스티커를 파는 거지기가 막히다는 표정이다.스티커를 팔겠다는 거야? 그걸 누가 사?여기서 잘해야 한다. 당황하면 안된다. 우물쭈물하는 모습도 보이면 안된다.근데 스티커를 파는건 진짜가 아니야. 온라인바둑이 누가 사겠어 그냥 아무거나 오려서 붙이면 되는데.진짜는 이런 바둑을 만들어서 알리는 거지. 그래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 이걸 통째로 파는거야. 이런 바둑있는데 같이 서비스 해보실래요.네이버에 팔까 카카오에 팔까. 먼저 연락오는 곳에 팔거야기가 막힌다는 표정이다. 역시 예상을 절대 빗나가지 않는다.사업하는 사람들이 다 그런 생각으로 시작한다더라. 일단 준형씨 바둑 두잖아. 준형씨를 불러다가 한번 둬봐 그렇게 재밌는지.아 둘 필요도 없어. 준형이는 만나기도 어렵고. 근데 이건 정말 너무 가능성이 있어. 나 이거 잘되면 바로 은퇴할거니까 그렇게 알아어깨너머로 배우다.영어로도 learn 온라인바둑이 over the shoulder. 동서양의 표현이 이렇게 일치하다나. 가끔 언어의 신묘함을 느낀다.어깨너머로 배우는 것 중 바둑보다 더 작합한 것이 있을까.우리 집엔 손님이 많은것도 아니었는데, 아버지가 누구랑 바둑을 뒀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돌아가셔서 물어볼수도 없고.어머니는 어쨋든 내가 어린 나이일때도 아버지가 두는 바둑을 관심있게 잘 보았다고 했다. 얌전히 앉아서 보는게 신기하셨다고도 했다.그렇게 어깨너머로 바둑을 배웠다.관심을 보인 덕분이었을까. 아버지랑 아홉점을 접고 바둑을 두기 시작했고, 금방 다섯점까지 정도로는 좁혔던 것 같다.아버지는 그 쯤에서는 진짜로 아들을 이기려고 바둑을 두셨던것 같은데,하하하 온라인바둑이 이게 바로 우데까시다"하시면서 한점 따내기 위해 잡았던 내 돌들을 따내시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다.그렇다 아버지는 와루바시, 다꽝, 오라이, 후루꾸, 오봉이란 말들을 쓰셨었지. 그래도 우데까시라니.요즘엔 환격이나 되따냄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그때 충격이 너무 겄는지 우데까시라는 말은 뇌리에 콕 박혀 잊을수 없는 단어가 되었다.그리고 한동안은 바둑을 잊고 살았다. 고등학교 절친 준형이를 만나기 전까지.준형이는 부모님이 가게를 하셔서 빈집이었다. 학교 근처에 어른이 없는 빈집은 해방과 일탈의 장소이다.기껏해야 컵라면 끓여먹고 야구하고 게임하는 정도였지만, 어떻게하면 재미있게 놀수 있을까를 매일 고민하던 시절이었다.그날도 아마 몇천원되는 온라인바둑이 돈을 가지고 뭘할까 고민하던 중 눈에 들어온 문구점의 바둑판과 바둑알 세트.바둑 둘줄 알아? 모르면 내가 가르쳐줄까.생각해보면 결과적으로 거의 내가 1대1 바둑과외를 해준 셈이었고, 준형이는 나와 비슷한 실력이 되었다.준형이는 배우는 재미가 있었을테고, 나는 가르치는 재미를 느꼈었던 걸까. 나는 가르치는거 귀찮아하고 싫어하는데.자연스럽게 흥미가 더 생겼고, 정석, 포석, 사활집 등 포켓북 형태의 바둑책들을 버스를 타고 통학하면서 보고 다녔다.그리고 오랜만에 아버지랑 바둑을 두었는데, 아버지가 이렇게 못 두셨었었나 싶을 정도로 바둑이 약했다.두어판 지고나서 아버지는 바둑을 끊으셨다. 아버지는 대신 낚시를 다니셨다.예전에 온라인바둑이 가족이랑 스키장에 갔는데, 어릴때 자기가 스키를 가르쳐줬던 아들녀석놈이 유유히 폴대를 가져다 주는 모습에,다시는 스키장을 안가게 되셨다는 윤팀장님과 아마 비슷한 심경이었던 걸까. 역시 아버지는 아들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걸까.대학에 갔고, 취업을 했고, 결혼을 했고, 그러면서 나에게 바둑은 또 잊혀졌다.이창호의 시대는 저물었고,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은 엄청난 화제가 되었지만, 사람이 이길수 없는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세상은 바둑에 흥미를 잃는 듯도 했다.세상에는 재미있는게 넘쳐났고, 따라잡아야 할 지식도 정보도 함께 넘쳐났다. 유튜브는 기본 1.5배속으로 봐야하고, 더불어 삶의 템포도 빨라졌다.그리고 바둑이 다시 등장했다. 온라인바둑이 내 인생에.일러스트 by 일러스트ACby 루카루카바둑Lab